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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명세컨
매일같이 당신을 중얼거립니다 나와 당신이 하나의 문장이었으면 나는 당신과 하나의 문장에서 살고 싶습니다 몇 개의 간단한 문장 부호로 수식하는 것 말고 우리에게는 인용도 참조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불가능한 도치와 철지난 은유로 싱거운 농담을 하면서 매일같이 당신을 씁니다 어느 날 당신은 마침표와 동시에 다시 시작되기도 하고 언제는 아주 끝난 것만 같아 두렵습니다 나는 뜨겁고 맛있는 문장을 지어 되도록 끼니는 거르지 않으려고 합니다 당신이 없는 문장은 쓰는 대로 서랍에 넣어두고 있습니다 당신을 위해 맨 아래 칸을 비우던 기억이 납니다 영영 못 쓰게 되어버린 열쇠 제목이 지워진 영화표 가버린 봄날의 고궁 입장권 일회용 카메라 말린 꽃잎 따위를 찾아냈습니다 이제 맨 아래 서랍이라면 한사코 비어 있길 바라지만 오늘..
당신 아팠던 게 생각나 나 혼자 당신 다 살아내던 게 당신은 목구멍 가득 달을 삼키고 잠들었잖아 입을 벌리면 쏟아지던 달빛 잊지 못해 피보다 붉고 진한 손바닥 갈라진 손금 위로 생활도 막다른 길을 가려고 했지 그랬겠지 차라리 죽어서 시월 밖으로 나서려고 했겠지 뚝 뚝 끊어지던 시월 낙엽처럼 떨어져 바닥을 쓰는 생활 그게 어디 쉬운가 당신 그림자 덮고 돌아 누우면 달빛 스미던 간이 침대 이제 그만 자자 나는 벽을 붙들었어 가지마 가지마 우리 같이 살아 나는 꿈속에서 자주 창을 깼는데 시퍼렇게 시뻘겋게 흐드러지는 유리창 몇 번씩 손목을 긋는 거기 불쑥 들어오지 말란 말야 하나님 아버지 달이 점점 부풀어요 어쩌죠 당신이 못 살아도 나는 살아 당신이 있어 내가 있고 당신이 없고 내가 없고 그것 다르지 않듯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