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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명세컨
유사, 황인찬
네가 죽는 꿈을 꿨는데 아무렇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때 제주도는 여전히 푸른 밤이었고 주머니에는 작은 돌 하나가 들어 있었다 예쁘다며 네가 호들갑 떨던 물건이다 너는 어디로 갔을까 밖으로 나가니 검은 모래가 하염없이 일렁이고 있었는데 다시 보니 바다였다 사람들은 어두운 바다를 보며 감탄했다 놀랍다고, 아름답다고 소리를 지르는 연인들과 가족들 왜 어두운 바다는 무엇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나 네가 죽는 꿈을 꾼 이후로는 너를 만날 수가 없었다 그 후로는 영원히 모래가 되어 흐르는 바다가 있고, 주머니 속에는 너무 오래 쥐어 미지근해진 돌이 있고 사람들은 어두운 바다 속에 잠들어 있다 / 유사, 황인찬
시
2020. 12. 15. 22:19
종로사가, 황인찬
앞으로는 우리 자주 걸을까요 너는 다정하게 말했지 하지만 나는 네 마음을 안다 걷다가 걷다가 걷고 또 걷다가 우리가 걷고 지쳐 버리면, 지쳐서 주저앉으면, 주저앉은 채 담배에 불을 붙이면, 우리는 서로의 눈에 담긴 것을 보고, 보았다고 믿어 버리고, 믿는 김에 신앙을 갖게 되고, 우리의 신앙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깊은 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되겠지 우리는 이 거리를 끝없이 헤매게 될 거야 저것을 빛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너는 말할 거다 저것을 사람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너는 말할 거고 그러면 나는 그것을 빛이라고 부르고 사람이라고 믿으며 그것들을 하염없이 부르고 이 거리에 오직 두 사람만 있다는 것, 영원한 행인인 두 사람이 오래된 거리를 걷는다는 것, 오래된 소설 같고 흔한 영화 같은, 우리는 그러한 낡은..
시
2020. 11. 10. 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