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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등, 신석정 본문

꽃등, 신석정

딴명 2020. 12. 6. 17:31

 

누가 죽었는지

꽃집에 등이 하나 걸려 있다.

 

꽃들이 저마다 너무 환해

등이 오히려 어둡다. 어둔 등 밑을 지나

문상객들은 죽은 자보다 더 서둘러

꽃집을 나서고

살아서는 마음의 등을 꺼뜨린 자가

죽어서 등을 켜고 말없이 누워 있다.

 

때로는 사랑하는 순간보다 사랑이 준 상처를

생각하는 순간이 더 많아

지금은 상처마저도 등을 켜는 시간

 

누가 한 생애를 꽃처럼 저버렸는지

등 하나가

꽃집에 걸려있다

 

/ 꽃등, 신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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