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명세컨
꽃등, 신석정 본문
누가 죽었는지
꽃집에 등이 하나 걸려 있다.
꽃들이 저마다 너무 환해
등이 오히려 어둡다. 어둔 등 밑을 지나
문상객들은 죽은 자보다 더 서둘러
꽃집을 나서고
살아서는 마음의 등을 꺼뜨린 자가
죽어서 등을 켜고 말없이 누워 있다.
때로는 사랑하는 순간보다 사랑이 준 상처를
생각하는 순간이 더 많아
지금은 상처마저도 등을 켜는 시간
누가 한 생애를 꽃처럼 저버렸는지
등 하나가
꽃집에 걸려있다
/ 꽃등, 신석정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제 불이 필요하지 않은 시각, 김이듬 (0) | 2020.12.07 |
---|---|
편지, 김남조 (0) | 2020.12.07 |
새벽에 용서를, 김재진 (0) | 2020.12.02 |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0) | 2020.12.02 |
노동의 새벽, 박노해 (0) | 2020.12.02 |
Comments